지역번호는 시외 통화 시 통화권이 서로 다른 지역을 구분하기 위해 부여된 번호다. 핸드폰과 인터넷 전화의 보급으로 지역번호에 대한 사용이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사무실(팩스)이나 자영업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번호다.
북한에도 각 도별로 다른 지역번호를 가지고 있다. 특이한 점은 서울과 평양의 지역번호가 같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한국과 북한 모두 수도의 지역번호를 '01'로 시작하지 않았을까? 서울의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과거 지역번호가 할당되던 당시 01은 특수번호였습니다. 시스템 상으로도 문제가 있어 01로 시작하는 경우 통신 간 충돌이 잦게 되었죠. 이 밖에도 삐삐나 모뎀, 핸드폰의 발달로 01을 사용하는 사업자가 늘어나면서 '망 식별번호'로 01을 쓰게 된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반면 평양의 경우는 신격화와 관련이 있다. 주체사상이 보급되면서 북한에서 의미하는 1은 '김 씨 일가'만이 독점할 수 있는 숫자가 됐다. 김일성, 김정일 참석 행사를 1호 행사라고 하고 관련 시설은 1호 역전, 1호 구역으로 명시한다. 차번호의 앞자리 또한 ‘01’은 김정일의 당조직부 전용이었다. 이 같은 북한의 모습이 전화번호에도 고스란히 녹아들어 지역번호 또한 01을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탈북자 신용진 씨
"북한에서 어디 감히 지역번호에 01을 쓸 수나 있겠어요? 유일사상이 모두 김 씨 일가를 향하는 북한 체제 내에서 01은 신성시 되는 숫자죠"
서울과 평양의 지역번호가 같다보니 웃지 못 할 헤프닝도 일어난다.
신 씨는 중국에 체류하고 있던 시절을 떠올리면서 "남한으로 입국하는 방법을 찾던 중 우연히 한국 교회 전화번호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역번호에 02가 적혀 있던 거예요. 당시 '이거 나를 납치하려고 평양에서 꾸며낸 음모구나'라는 생각까지 들었죠"라고 회상했다.
지역번호에는 남북의 차이가 확연하게 들어난다. 한국은 과거 기술적인 문제로 01을 '망 식별번호'로 남겨놓은 반면, 북한은 유일지도체제 하에서 1이라는 숫자의 신성함 때문에 지역번호에 01이 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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