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야기 아흔다섯, 북한을 무너뜨리고 있는 100억 원(2016년)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의 수가 30,000명에 이르고 있고 중국 내 숨어 지내는 탈북민은 약 1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 외에 영국과 미국 등 북한과 인접하지 않은 국가에 체류하는 탈북민도 상당하다.

 

이들이 북한을 붕괴시키는 주역이 되고 있다. 매년 브로커를 통해 북한 가족에게 돈을 송금하는 액수가 늘어나는데 평균적으로 연간 총 100억 원이다. 이렇게 송금된 돈은 북한 전역으로 급속하게 퍼진다.

 

송금은 브로커와 송금자의 신뢰 관계가 최우선 고려 사항이다. 정해진 시간에 '얼마나 빠르게' 가져다주느냐가 브로커의 신뢰를 높인다. 능력 좋은 브로커를 통한다면 북한 내륙에 2주면 돈이 전달된다.

 

이렇게 해마다 북한으로 유입되는 100억 원은 북한 정권이 가장 경계하는 시장경제체제를 형성하는데 쓰인다. 물건을 거래할 때 외부로부터 들어온 달러를 주고받으면서 축적된 노하우의 결과가 지금의 장마당이다. 북한 내륙에서 장마당이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은 브로커와 달러의 힘이 컸다.

 

상업을 하는 주민은 거래 대금으로 받은 달러로 한류를 수입했다. 언어가 통한다는 점,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 남한에 대해 배울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북한 내 한류는 이미 인기 브랜드가 됐다. 문화 전파가 가능했던 이유 역시 탈북민들이 해마다 보낸 100억 원의 결실이다.

 

한편,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 후 '출처나 사용처가 불분명한 북한의 해외 금융 자산'을 전면 동결한다고 밝혔다.

 

탈북자 이진형 씨

 

"북한 정권의 자금줄은 차단하되 국경지대에서 개인과 개인 간 전해지는 돈은 계속해서 액수를 늘려야 합니다. 그것이 북한 정권을 더 빠르게 붕괴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거든요"

 

탈북민에 의해 보내지는 100억 원은 북한의 의식마저 바꾸고 있다.

 

이 씨는 "최근에는 오히려 가족 중 한 명은 탈북자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해요. 탈북자가 있는 가정이 감시를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외부에서 보내주는 돈 덕분에 더 풍족하게 살거든요. 게다가 감시마저도 달러 뇌물을 바치면 아무런 제약 없이 생활할 수 있게 돼요. 생활의 격차가 점점 현실로 느껴지면서 탈북을 결심하는 북한 주민이 늘어나고 있죠"라고 덧붙였다.

 

탈북민 김준형 씨

 

"북한 주민들은 이제 정권보다 달러를 더 신격화하고 있어요. 더불어 달러에 대한 맹신이 강해지는 추세죠.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유일지도체제의 수령 자리를 조지 워싱턴에게 내주고 있는 셈이죠"

 

북한 인권법, 금융 제재, 탈북민들의 대외적 활동은 북한을 압박하는데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실제적으로 북한 내부를 변화시키는 것은 탈북민의 송금이다. 매년 그들의 의해 송금되는 돈이 북한 체제의 균열을 만들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