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은 사회상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 생겨난 속담일수록 그렇다. 북한도 마찬가지로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새로운 속담이 생겨나거나 혹은 기존 속담들이 새롭게 재해석되고 있다. 북한의 속담을 가만히 살펴보면 정권에 가하는 비판적인 메시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북한에는 어떤 속담이 유행하고 있을까?
'잘생긴 도시남자보다 돈 많은 곱사등이가 낫다'
이는 북한 주민 사이에서 정권에 대한 충성보다 물질 가치가 더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다.
탈북민 오재윤 씨
"북한 내 장마당과 남한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자본주의 문화를 접한 사람들 사이에 가장 크게 유행하는 속담이에요. 특히 결혼 적령기의 딸을 가진 부모가 가장 많이 내뱉는 말이죠"
'남자는 집안의 멍멍이, 자식은 짹짹이, 여자는 집안의 희망새'
탈북민 최진희 씨
"장마당이 활성화되면서 대부분 여자가 가장이 됐죠. 남성 같은 경우에 너무 가부장적인 의식이 강해서 장마당에 나오길 꺼려하죠. 그래서 이런 속담이 생긴 게 아닌가 싶어요"
오재윤 씨는 이에 대해 추가적으로 설명을 덧붙여야 한다면서 "남성을 멍멍이라고 하는 것은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처럼 주인(여성)이 주는 밥만 먹는 소비적인 존재로 전락했다는 것을 의미하죠. 자식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어미 새가 물어오는 벌레만 먹고 사는 어린 새의 이미지를 보여주고요. 이 속담을 통해 북한 내 여성의 역할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병아리도 평양이 그리워 피양피양 한다'
북한에서는 병아리까지도 평양을 구경하고 싶다는 의미에서 '피양피양(평양평양)' 운다는 것이다. 북한정권은 수용능력의 한계와 정치적인 이유로 평양 내 거주 인원을 제한한다. 이 때문에 지방 사람들은 평양에 대한 동경심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내부 통제가 강한 탓에 점차 사라지고 있는 속담이다.
탈북민 이수지 씨
"북한 사투리로 평양을 피양이라고 하죠. 거기에 착안해서 만들어진 속담이에요. 요즘 주민들은 사실 평양보다 북경을 더 동경해요. 3대 세습 이후에 이러한 경향이 더 높아지고 있어요"
'입당하려니 세포비서가 바뀌고, 또 입당하려니 당 비서가 바뀐다'
흔히 북한 내 불운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탈북민 최태훈 씨
"노동당 당원이 되려면 계속해서 뇌물을 줘야하는 세태를 반영한 거예요. 1980년대부터 유행한 속담이지만 최근 들어 물질의 가치가 중요해지면서 새롭게 인식되는 속담 중의 하나죠"
'군대 나가면 굶겨 죽이기 좋다'
이 속담 또한 90년대 중반부터 유행했다가 요즘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속담이다. 선군정치를 하는 북한 정권은 인민들은 굶어 죽어도 군인들은 먹여 살려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래서 이른 입대를 하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이 많았다. 하지만 근래에는 군인들마저 식량 배급이 끊기면서 도둑질을 해야만 살 수 있게 됐다.
탈북민 박정민 씨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는 군인들이 민가를 약탈해요. 선군정치 보호라는 명목으로 신고를 해도 제대로 처벌을 하지 않죠. 그래서 더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에요. 주민들이나 군인들 모두 먹고 살기 어렵죠. 지금은 군대 가도 굶어 죽기 십상이에요.“
이렇듯 최근 북한에서 유행하는 속담은 대부분 어려운 삶과 연관을 갖는다. 북한 주민들은 속담을 통해 우회적으로 정권과 체제를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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