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야기 셋, 김정일의 세치 혀(2012년)

북한은 국법 위에 김정일의 지침이 있는 개인의 국가다. 그가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곧 법이 된다. 문제는 잘못된 명령 또한 강제적 지침이 된다는 데 있다. 이와 관련된 ‘김정일의 양어장 사랑’이라는 일화가 있다.

2000년 김정일이 양어장을 만들라고 지시하면서 전국 시, 군 단위들에 20~30ha의 양어장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노동당은 주민들의 식탁에 밥은 없어도 열대메기 반찬은 끊이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대대적인 양어장 캠페인을 벌였다.

 

김정일: “열대메기를 길러 군인들과 인민들에게 공급해야한다”

열대메기는 25c에서 5개월만 키워도 1.5kg이 자란다. 이러한 특성을 잘 알고 있던 김정일은 양어장에 열대메기를 풀어 넣으라고 말한다. 하지만 북한은 한 여름에 25c의 수온을 유지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전기 사정이 열악해서다.

주민들은 실패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양어장에 대한 지식이 없던 김정일의 짧은 혀에서 나온 한마디가 곧 노동 동원으로 이루어졌다.

김정일 “물고기를 위해 생활 오수를 넣어주어라!”

당시에 열대메기에게 주는 먹이를 훔쳐갈 정도로 어려운 시기였다. 먹이문제가 발생하자 김정일은 생활 오수를 넣어주라고 말한다.

생활 오수로 플랑크톤이 번식하면 열대메기가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변은 대부분 거름으로 쓰였고 구정물은 돼지에게 줬던 때라 생활 오수가 생길 조건이 되지 않았다. 김정일은 곧 다른 지침을 내린다.

김정일: "양어장에 등을 켜놓으라!"

전국에 양어장을 만들고 먹이 부족으로 생활 오수를 넣어주라고 했지만 그래도 먹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김정일은 ‘자연을 이용해 먹이 문제를 해결해 보라’며 등을 켜놓으라고 말한다.

전등불을 보고 날아오는 날벌레, 나방 등을 물고기가 잡아먹을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였다. 자력갱생 구호를 내붙인 양어장이어서 열대메기가 스스로 먹이활동까지 해야 할 처지가 됐다.

김정일 "양어장 주변에 버드나무를 심어라!"

김정일의 지시로 전국 양어장에 불빛이 생겼지만 전기가 없어 기름등잔불이 고작이었다. 그것도 훔쳐가는 손들이 많아 유명무실해지자 김정일은 양어장 주변에 버드나무를 심으라고 지시하게 된다.

양어장의 그늘이 수온을 유지시켜주고 풍경이 좋아지며 나무에 꼬이는 벌레를 열대메기가 먹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위대한 장군님의 은덕으로’ 북한의 열대메기는 그늘을 갖게 됐다.

 

김정일 "겨울동안 양어장의 얼음을 까주어라!"

김정일의 열정적인 열대메기 사랑으로 봄에 시작했던 전국 양어장 건설과 관리는 결국 겨울까지 가게 됐다. 김정일은 수면에 덥힌 얼음을 깨 열대메기의 산소공급을 원활하게 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당시 전국 양어장에는 이미 대부분의 열대메기가 폐사해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다.

‘장군님의 은총을 받은 열대메기’라 할지라도 도저히 살 수 없는 환경조건 때문이었다. 주민들은 어이없는 지시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김정일의 입 밖에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겨울 내내 양어장에서 얼음을 깨야 했다.

김정일 "어떻습니까? 인민들이 좋아합니까?"

북한TV를 보면 열대메기가 진열된 상점을 둘러보며 김정일이 호탕하게 웃는 장면이 나온다. 주민들이 좋아하는가 묻기도 하는데 당시 주민들은 “우리는 열대메기가 아니라 매일 북한 정권에서 선전하는 방송메기만을 눈으로 먹어볼 수 있었다“고 비웃었다. 전국 직장과 학교, 마을마다 만들어진 양어장에서는 물 썩는 냄새가 진동하면서 모기와 파리만 날아들었다.

김정일의 지시는 그 이후로도 계속됐는데 대표적으로 닭 공장, 농구장, 중소형발전소 등이다. 전국에 건설된 닭 공장이 북한에 있는 닭보다 더 많다는 유머가 있을 정도다. 먹지 못해 굶주리는 주민들에게 농구만큼 좋은 건강운동이 없다며 농구장들을 짓게 한 것, 중소형발전소로 온 나라를 밝히자며 설비와 자재까지 직장과 학교에서 자체로 제작하게 한 것 등이 김정일의 세치 혀에서 나왔다.

북한에서는 ‘긴 목보다 짧은 혀 때문에 죽는다’라는 말이 있다. 북한 주민들은 말 한마디 잘 못 하면 정치범으로 낙인찍혀 3대가 멸족 당한다. 그러나 김정일은 짧은 혀로 37년 동안 북한을 위기에 빠뜨렸다. 그것도 모자라 3대 세치 혀의 세습까지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