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2일 목요일

[북한] 이야기 넷, 북한판 이승복, 영웅을 만들어낸다(2012년)

1968129, 울진 · 삼척지구에 침투한 무장공비에 의해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소년이 있다. 현재까지도 초등학교마다 동상이 세워져 있는 이승복의 이야기다.

북한에도 이승복이 있다

북한판 이승복의 이름은 김금순(1925~1934)이다. 그녀는 현재까지도 북한에서 영웅 칭호를 받은 반일투쟁의 상징처럼 되어있다. 특히 "혁명 조직의 비밀을 지켜 9살의 꽃다운 나이를 서슴없이 바친"이라는 수식어로 대표되는 장본인이다.
 
하지만 그녀의 행적을 추적해 보면 이것은 "북한의 영웅 만들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금순은 예술적 재능을 선천적으로 타고났다. 특히 유희대 활동에서 남다른 모범을 보였다. 이러한 장점은 '반일공통투쟁'을 불러일으키는 공연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김금순은 인민군 사이에서 명성을 얻어갔다. 선군정치를 필두로 하는 북한에서 인민군의 입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결국 김일성에게까지 전해졌다.
 
김금순의 공연을 본 김일성은 그녀를 '재간둥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유격대원들과 근거지 인민들에게도 각별한 사랑을 받았다. 그녀의 재능은 이에 그치지 않고 샤오왕칭(소왕청) 유격 근거지 방위 전투를 비롯한 여러 전투에서도 거침없이 발휘됐다. 전투현장에서 혁명적 구호와 혁명 가요를 부르면서 유격대원들의 사기를 높여주는데 기여했다.
 
현재의 기쁨조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이지만 1934년 김금순을 영웅으로 만들어주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그 해 가을, 당은 그녀에게 야오잉거우(요영구) 혁명 조직에서 적구에 비밀 문건을 전달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당시 그녀의 나이는 9살이었다. 군사적 작전의 중요성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다. 하지만 당의 지시는 곧 법과 같았기 때문에 김금순은 비밀 문건의 의미를 자세히 알지 못한 채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당시 북한에 주둔하던 일본 군인이 이러한 첩보를 접하고 비밀 문건을 전해주기 위해 떠나던 김금순을 체포한다. 그 후 더 정확한 정보를 원했던 일본 군인이 그녀를 심문하기 시작했지만 아는 것이 많지 않았던 탓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이것을 북한에서는 현재까지도 "회유와 위협, 악독한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혁명의 비밀을 끝까지 지켜냈다"며 대대적인 선전을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사형장에서 희생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일제놈들을 타도하라!", "조선혁명 만세!"라는 구호를 소리 높여 외쳤다고 주장한다사형장에 끌려간 김금순의 나이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실제와 허구, 이승복과 김금순의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북한은 영웅이 필요하다. 따라서 김금순이라는 인물에게 많은 허구를 씌워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김근순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영웅을 생산하는 것이다.
 
최근 보도에도 이러한 점이 잘 드러난다. 조선중앙통신은 27일 보도에서 폭우 속에 김일성의 초상화를 구하다 죽은 소년을 영웅화 시키고 있다. 그 또한 북한이라는 특수한 체제가 빚어낸 작품에 불과하다.
 
영웅은 국가가 만들어내는 소설 속 인물이 아니라 국민의 지지를 받는 국가적인 인물이여야 함에도 북한은 체제 선전을 위해 개인의 일상을 조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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