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3일 금요일

[북한] 이야기 여섯, 북한의 달리기가 지역시장을 망친다(2012년)

북한 내 장마당이 활발해지면서 판매 가격을 두고 상인들끼리 경쟁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더 많은 구매자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려고 애 쓴다.

가격을 두고 경쟁하는 것은 자본주의에서 흔한 풍경이다보통 장사꾼들은 가격을 두고 소위 '밑지고 판다'는 말을 하지만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장사는 절대 밑지고 팔지 않는다.

북한의 장마당에서는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다?

북한의 장마당에서 가격은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다. 특이한 것은 10원짜리 상품을 11원에 파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지만, 9원에 파는 상인들도 있다는 점이다언뜻 보기에 9원에 파는 상인이 1원을 손해 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차이는 중간 상인을 거치는가의 여부에 따라 상당부분 영향을 받게 된다.

청진이나 나진선봉 지역에서 달리기(직접 물건을 가져오는 행위)를 통해 물건을 직접 가져오는 경우 중간상인을 거친 소매상인들의 원가인 10원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덕분에 달리기 상인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기 쉽다. 달리기 상인들이 주로 청진이나 나진선봉지역에서 물건을 거래하는 이유는 함경북도 지역의 공업품 도매시장이 청진의 수남 시장이나 나진선봉시장에 가깝기 때문이다.

달리기 상인들은 직접 물건을 가져오기 때문에 유통비가 없다. 대체로 상품의 70%를 판매한 뒤 30%정도 남았을 때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는데 남은 수량을 빨리 처리해버리기 위해 과감히 가격을 내린다.

달리기 상인 때문에 지역 상인들이 극도로 예민해졌다

중간상인을 거친 지역 상인들은 가격을 적정선 이하로 내릴 수 없어 불만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달리기 상인과 가격 경쟁을 위해 밑지는 장사를 할 수밖에 없어 자칫 손해를 보기 십상이다.

특히 상품이 잠길수록 현지 상인들의 손해는 더욱 커진다. 북한 상인이 말하는 잠긴다는 표현은 팔리지 않은 상품이라는 의미다.
 
지역 상인들은 달리기 상인에게 밀려 새로운 상품을 구매할 돈을 구하지 못하고 점차 가격에 대한 신뢰를 잃어간다. 이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면 구매자가 없어 장마당에서 퇴출된다.

지역 상인들은 달리기를 하는 상인들에게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지역 상인들과 가격을 상의하자는 것이다. 또한 가격을 제멋대로 낮추는 행위를 금지하라고 주장한다달리기 상인들은 이러한 항의를 무시한다. 상인들 간에 경쟁심리가 심화된 탓이다.

경쟁심리가 지속되면 지역 장마당이 무너지게 되고 지역 주민들은 달리기 상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달리기 상인은 물건을 가져온 후 더욱 잘 팔리는 지역이 있으면 이동하는 보따리장수 같은 존재다.
 
현지 장마당이 무너진 상태에서 달리기 상인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의 몫이 된다. 몇 원을 아끼려다 몇 배 이상 되는 값을 치른다.

결국 각 지역을 돌면서 북한 물가를 올리고 있는 주범은 다름 아닌 달리기 상인이다몇 푼의 이윤에 취해 국가 전체의 이익을 보지 못하는 달리기 상인이 장마당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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