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3일 금요일

[북한] 이야기 열셋, 북한의 엘리트만이 겪는 병(2013년)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사람 사이의 소통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여기에 물질 만능주의까지 더해져 인간 내면의 가치 추구는 도외시 된다.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듯 우울증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우울증은 있는 사람들의 병이라는 속설이 있다. 시간이 많고 한가한 사람에게 걸리는 병이라는 것이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근거 없는 말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통계로 보면 바쁜 사람보다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은 사람에게 발병률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북한의 일반 인민들은 우울증을 겪지 않는다. 겪을 시간이 없다. 하루 종일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탓이다. 노동 단위에서 '단결과 투쟁'을 강조하는 북한의 특성상 강제적으로 사람들과 접촉해야 하는 기회가 많다는 것 또한 역설적으로 우울증을 줄이는 효과를 갖는다.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그들은 오히려 한국에 와서 우울증을 겪는다고 말한다. 문화의 차이, 상대적 박탈감, 장래에 대한 불안, 죄책감, 자신감 결여, 사회적 지위에 대한 절망 등에서 힘들어진다고 한다
 
서울에 사는 탈북자 김연희 씨
 
"북한에서는 정말 다 같이 못 살고 다 같이 힘든걸 아니까 오히려 그런 것 때문인지 특별히 '나만 우울하다'라는 생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우울증이 있다면 증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보편적인 거죠. 우울증마저 북한에는 개인이 아니라 '집체 우울증'이라고 표현해야 맞는 것 같아요. 개인 단위에서 우울증을 겪기에는 북한 인민들의 삶이 너무 바쁘죠"
 
북한에서 우울증을 겪는 부류는 어떤 사람일까.
 
탈북자들은 하나같이 '귀국자'를 꼽았다. 1990년대 초반까지 재일교포 출신만을 뜻했는데 최근에는 해외파견을 나갔다가 다시 북한으로 들어가야 하는 사람들까지도 귀국자로 부른다.
 
귀국자 계층은 주로 유학생 혹은 외교 부문을 맡고 있는 엘리트 계층이다. 북한으로 귀국하면 생활이 보장될 것 같이 보이는 이들이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
 
대북 전문가는 이에 대해 "개방된 사회를 체험하다가 북한으로 귀국하는 것은 마치 어두컴컴한 독방으로 들어가는 기분과 같을 겁니다. 북한 고위직의 탈북이 늘고 있는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은 거죠"고 설명했다.
 
파견 귀국자는 후에 김정은의 개혁개방 정책의 중심축이 될 재목들이다그런 그들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북한의 미래 또한 계속해서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북한 정권, 그를 따르는 권력층과 엘리트 모두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있는 곳이 현재 북한 실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