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포세대'라는 신조어가 있다. 취업난, 불안정한 일자리, 높은 물가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청년 세대를 일컫는다. 이 용어는 각종 미디어를 통해 확산됐으며 현재 한국 사회가 당면한 과제를 함축한 상징적 용어다.
삼포세대는 남한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탈북민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 청년층도 포기하는 세 가지가 있다.
탈북민 서경철 씨는 입당, 토대, 수령 세 가지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과거 북한에서는 입당이 최고의 명예였고 사회적 위치를 결정 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조선노동당 소속이어야만 배급을 더 받을 수 있던 것 또한 북한 주민의 입당 결정을 도왔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입당을 하지 않아도 돈 벌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졌다. 장사를 통해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한 북한 청년들은 더 이상 입당에 의존하지 않는다.
북한에서 토대(출신성분) 또한 주민의 태생적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였다. 현재도 가족 중 탈북자가 있거나 정치적 결함이 있는 경우 승진이 어렵다. 다만 그 정도가 예전보다 약해졌다.
결혼 상대를 고를 때에도 과거에는 친인척 중 중국에 연고가 있으면 “토대에 걸린다”는 이유로 기피했지만 요즘에는 오히려 더 선호하는 추세다.
탈북민 김정수 씨
"중국에 친인척이 살고 있는 사람이면 사사여행으로 중국을 드나 들기가 훨씬 쉽고 금전적 도움을 받을 수도 있어요. 쓸모없는 토대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거죠"
북한의 삼포세대가 포기하는 마지막 한 가지는 수령이다.
탈북민 고창수 씨는 북한주민에게 더 이상 수령제일주의가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령제일주의를 내세워 충성을 강요했던 북한정권이지만 당장 내 삶이 유지가 되지 않으니 수령보다도 개인을 챙기기 바빠요. 물론 대놓고 불복종할 수 없으니까 충성하는 척은 하죠“
“수령의 지시로 이뤄진 협동농장일은 설렁설렁 하고 농장 비료는 개인 밭에 뿌려서 이득을 취하는 북한 주민이 많아지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북한에서 수령을 따르던 사람들은 이미 고난의 행군 때 모두 굶어죽었고 지금 살아남은 사람들은 다들 정권이 금지하는 장사를 한 사람들이에요. 삶 자체가 자력갱생인 주민에게 수령제일주의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죠“
남한의 삼포세대와 다르게 북한의 삼포세대는 북한에서 내려오던 악습을 주민들 스스로 거부해가는 과정인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