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야기 일흔여덟, 北 광고가 드라마만큼 재미있다(2015년)

북한 주민들이 장마당에서 몰래 구입하는 남한 관련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 해당 영상보다 광고에 더 눈길이 가는 경우가 많다는 탈북자의 증언이 있다.

 

2013년 탈북한 이민영 씨

 

"북한에 유입되는 남한 드라마는 영상 그대로 녹화하기 때문에 남한 광고가 그대로 나와요. 자본주의 문화를 처음 접하면 놀라움을 금치 못하죠. 광고 대부분 소비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죠. 북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실제로 드라마 시작 전후 광고를 살펴보면 광고에 쓰이는 경치부터 등장하는 인물까지 북한에서 쉽게 보기 힘든 장면이 많다. 이 씨는 “북한 문화가 가장 선진화됐다고 선전하는 북한에서는 정권의 통제로 해외 영상을 찾아보기 힘든데 남한 광고는 해외 영상이 많아 신기 했었죠"라고 덧붙였다.

 

"그보다 더 신기했던 것은 단연 컴퓨터 그래픽이죠. 일부 광고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사람 얼굴을 만들어 내거나 특정 동물 예를 들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용 같은 장면이 나오기도 하는데 너무 사실적이라 놀랐어요. 남한의 광고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돼요"

 

탈북민 박홍식 씨

 

"북한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데 남한 광고를 보면 먹음직스러운 음식 선전이 꽤 많잖아요. 어릴 때부터 남한이 못 산다고 배웠는데 드라마 CD를 구해서 광고를 보면 늘 편견이 깨졌죠. 일부 주민은 아직까지도 남한의 대북 선전용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중국에서 몰래 들여오는 CD까지 어떻게 그렇게 일일이 광고를 넣을 수 있겠어요. 절대 불가능하죠. 결국엔 사실 그대로 믿게 됐고 북한에서 그런 남한 광고를 보고 탈북을 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죠"

 

"남한 사람들은 광고를 보면 원래 시청하려는 프로그램이 언제 시작하느냐며 짜증을 내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북한 주민들이 보는 남한 광고는 꿈 그 자체에요. 남한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거죠."

 

탈북민 김진규 씨는 다른 의견을 냈다.

 

"최근 장마당에서 판매하는 남한 영상물은 정식 DVD를 복제해서 만든 영상이 많아요. 과거에는 남한에서 말하는 CAM버전, 즉 TV를 녹화해서 빠르게 제공해주는 영상이었다면 근래에는 표지까지 있는 복제 DVD가 수입되는 거죠. 따라서 광고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점차 줄어들고 있고요. DVD 복제 기술에 따라 화질도 엄청나게 좋아졌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 광고의 매력에 빠져있는 북한 주민이 많은 것은 사실이에요. 단, 오래된 드라마에 한해서죠"

 

북한 주민들이 남한 광고에 대해 신선함을 느낀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복제 기술의 발달로 남한 광고를 보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북한에 남한 광고 마니아가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