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3일 금요일

[북한] 이야기 마흔셋, 북한에도 '흡연금지구역'이 있다(2015년)

서울시가 시의회에 상정한 간전흡연 피해방지 조례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 4월부터 흡연자들은 지하철 출입구 10m 이내에서 담배를 필 수 없다. 적발 시 10만원의 과태료를 낸다.
 
북한에도 마찬가지로 흡연금지구역이 존재한다남한과의 차이가 있다면 간접흡연에 대한 피해 때문이 아니라 김 씨 일가에 대한 모독 때문이다.
 
일례로 프랑스의 방송 기자가 김일성이 태어난 생가 주변에서 담배를 폈는데 가이드의 제재를 받았다. 북한 가이드는 '이 곳에서는 절대 흡연을 해서는 안 된다'며 주의를 주었다.  
 
탈북민 이홍진 씨
 
"김일성 생가는 산 속에 있잖아요. 남한이라면 산불의 위험이 있다든지 혹은 타인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을 텐데 북한은 오직 '신성시되는 지역'이라는 이유에서 금지해요. 가이드도 그런 의미로 말했겠죠
 
북한은 김 씨 일가 생가 뿐 아니라 김 씨 일가와 관련된 선전물, 동상, 초상화 주변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없다.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지만 법 보다 강력한 제재가 뒤따른다.
 
2010년 탈북한 김종석 씨
 
"지방에도 곳곳에 김 씨 일가의 초상화가 그려진 건축물이 있는데 다른 곳에서는 흡연이 가능하지만 초상화 건축물의 입구부터는 담배를 피게 되면 보위부에 끌려갑니다. 김 씨 일가를 모욕했다며 언어폭력이 가해지기 일 쑤고 심지어 폭행까지 일삼죠. 담배 한 번 잘 못 피우게 되면 비법(불법) 감시 대상이 되는 거죠
 
2013년 탈북한 홍의민 씨
 
"김정은 정권 들어서 체제에 대한 충성도가 많이 약해진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담배에요. 과거에는 김 씨 일가 선전물 주변에서 흡연이 적발되면 크게 제재를 당했는데 요새는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북한 주민들의 사고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무조건적인 충성을 했던 사람들이 고난의 행군을 겪고 나서 정권에 반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최근에는 길거리에 있는 김 씨 일가 선전물 주변에서도 담배를 피우고 지나간다. 사람들도 과거와 다르게 '그런가보다'하는 추세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고 있다.
 
홍 씨는 "지방일수록 감시가 느슨해진 탓에 김 씨 일가 선전물 주변 흡연에 대해 무감각해진 측면이 있죠. 평양이야 지금도 김정은이 다스리는 왕국 같은 곳 아닙니까. 그래서 그런 것이지 지방에는 중요한 사적지를 제외하고는 다들 상관없이 흡연을 해요"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외국인에게는 아직까지 철저하다. 외국인들을 데리고 다니는 가이드들은 초상화, 동상 주변에서 절대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한다. 북한 주민들도 무시하기 시작하는 '신성성'인데 외국인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대외적으로 그나마 남은 알량한 신성성이라도 지키려고 하는 북한 정권의 자존심 같이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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