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3일 금요일

[북한] 이야기 아흔둘, 강력한 대북 제재, 북한 열차를 넘어뜨리다(2016년)


 

 
북한 정권이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로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수출입 기능이 마비되면서 북한 내 새로운 사회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대북 제재 이 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열차 탈선 사고다.

실례로 지난 320일 경 북한의 어대진과 영광군 사이에서 60톤 급 유조 열차 두 대가 탈선 사고로 전복됐다. 120t에 달하는 디젤유가 바닥으로 쏟아질 정도의 대형 사고였다북한 통신원은 탈선의 원인으로 수입품인 '특수강 나사못' 꼽았다.

청진 통신원
 
"대북 제재로 인해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여오던 열차 부품과 특수강 나사못의 수입이 전면 중단됐습니다. 특수강 나사못은 열차 운행에 없어서는 안 될 부품이에요. 소모가 잘 되는 부품의 특성상 지속적으로 수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열차 운행에 차질을 빚게 됩니다"

실제로 특수강 나사못은 북한 기관차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원동기를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수강 재질을 쓰는 이유는 열차와 원동기 사이의 진동이 심하기 때문이다. 일반 강철로 고정시키면 열차 진동을 이기지 못하고 금세 빠져 버린다.

"수입에만 의존하던 특수강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국내(북한)에서 제작하는 일반 강철로 나사못을 만들어 원동기를 고정시켰습니다. 하지만 강철 따위가 그 진동을 어떻게 이기겠습니까. 국내 강철 고정 못은 심지어 부러지기까지 합니다. 그나마 평지에서는 괜찮은데 오르막이나 내리막이 있으면 원동기가 계속 움직이다보니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열차가 멈춰버립니다. 그렇게 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북 제재의 여파가 북한 내 수출입을 막으면서 특수강 나사못으로 인한 열차 탈선 사고가 이어진다는 의견이 있지만 혜산철도국 기관차대에서 열차 수리를 전문으로 했던 탈북민 최지환 씨는 "원인은 내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2015년 탈북한 최 씨
 
"기관차 밑을 보면 5kg쯤 나가는 철제 부품이 있어요. 북한에서는 이를 두고 '지렌다'라고 하죠. 열차가 멈춰서면 사람들이 몰래 열차 밑으로 달려 들어 지렌다를 뽑아가요. 지렌다를 중국으로 밀수를 하게 되면 값을 꽤 쳐주거든요. 더욱이 수출입이 막히면서 지렌다의 값이 예전보다 훨씬 더 올랐다고 들었어요. 그 덕에 북한에 있을 때 열차 수리를 하면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것이 바로 지렌다 교체였어요. 사람들이 하도 훔쳐가서 열차가 멈추면 단속원을 둬야 할 정도였으니까요"

"지렌다를 교체할 때 대북 제재로 인해 제대로 된 부품이 들어오지 않았어요어쩔 수 없이 예전에 쓰던 노후 부품을 가져다가 재활용하죠. 수명이 다 된 부품으로 열차 운행을 하게 되면 조금만 달려도 열차가 멈춰 서 버리고 지속적인 부하를 받게 되면 대형 사고로 이어져요. 그나마 새 부품이 있어 교체를 해 놓으면 어느 순간 사람들이 달려들어 훔쳐가기 일쑤에요. 결국 주민들 스스로 지렌다를 훔쳐감으로써 열차 사고를 방조한 것이나 다름없는 거죠"

이중 확인을 위해 탈북민과 연계 후 청진 주민과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
 
청진 주민
 
"청진이 북한 내 화물 이동의 중심지다 보니 석탄이나 광석을 실은 화물 열차들이 숱하게 지나갑니다. 대북 제재 이 후 청진 철도국 산하 지역에서 화물 열차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데 열차가 철길 주변 주민 세대 거주지 주변까지 침범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인근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져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심지어 일부는 탈선 불안감에 잠을 설칠 정도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북한 정권 또한 북한 열차 탈선 사고의 주범으로 꼽힌다.
 
"화물 열차로 움직이는 물동량의 대부분은 대체로 건설장에 필요한 시멘트나 석탄입니다. 노동당 주요 행사를 앞두고 열차 사고가 빈번해지는 이유입니다. 철도국 간부들은 중앙당의 건설 지시가 내려오면 열차 설비가 노후 된 줄 알면서도 열차를 출발시킵니다. 부실한 상태로 운행하는 열차는 얼마 못 가 중간에 멈춰서거나 심하면 전복 사고를 일으킵니다. 대개 그런 열차는 특수강이 아닌 일반 철강 나사못이 끼워져 있고 지렌다는 이미 녹이 쓴 노후 제품을 가져다 씁니다. 그러니까 이미 사고는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결국 대외적인 압박으로 인한 수출입 차단, 북한 주민들의 지렌다 밀수, 북한 정권의 과도한 열차 운행 지시가 북한 열차를 레일 밖으로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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