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3일 금요일

[북한] 이야기 아홉, 북한에도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2012년)

북한 암시장은 외국과의 환율 시스템이 형성되어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환율 변동과 일치해서 오르내린다. 철저하게 외부 세계와 단절돼 있는 북한 사회를 감안한다면 환율 변동의 정확성이 신기할 정도다.

북한에도 국가의 환율고시가 있다. 그러나 고시 환율은 고려호텔을 비롯한 매우 제한적 공간 내 외국인에게만 적용된다. 북한 정권은 환율 변동 폭을 줄이기 위해 고정 환율을 사용한다.

반면 북한의 암시장은 외화 환율에 맞춰 매일 민감하게 환율이 변한다. 더 놀라운 것은 서로 다른 시장에서 거래를 해도 암시장에서 정해진 환율을 어느 곳에서나 비슷하게 적용 받는다. 지역마다 해당 환율에서 약간의 변동폭을 갖기도 하는데 남한에서도 은행 마다 환율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
 
탈북민은 북한의 경제 규모를 추정할 때 국가의 고시 환율보다 오히려 암시장의 환율을 적용시키는 것이 훨씬 더 정확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일이 가능한 이유는 북한에서 외화를 바꾸어 주는 '돈쟁이' 덕분이다. 돈쟁이는 매일 아침 전화로 시세 정보를 교환하고, 암시장에 고시한다. 신의주의 경우만 해도 이런 돈쟁이가 100명 넘게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점은 사라지지 않는다. 암시장마다 배치돼있는 돈쟁이가 아침마다 전화로 듣고 있는 통일 시세는 누가 결정하냐는 것이다.

시세를 결정하는 사람은 아직 밝혀진 바 없다. 한 대북 전문가는 이를 두고 "시세를 결정하는 여자 한 명이 있기는 한데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어요. 돈쟁이들 또한 철저히 보호해주고 있기 때문에 정확히 밝혀내기는 상당히 어려운 거죠"라고 설명했다. 암시장의 네트워크가 얼마나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북한에서 위안화를 '' 또는 ''라고 한다. 달러는 '현화' 또는 '아바이'라고 부르며 엔은 '꿩 대가리'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돈쟁이들은 외화를 바꾸기 위해 접근하는 사람에게 ", 아바이?"라는 질문을 던진다. 북한에서 거래되는 외화는 위안화와 달러가 절대적이다.

가끔은 중국과 암시장의 환율이 달라질 때가 생긴다. 평소와 다른 자금이 유입된 경우다. 실제로 신의주와 같은 무역도시에서 물건을 걷어가기 위해 중국에서 상당한 액수의 위안화가 유입될 경우 암시장 또한 환율 차이가 생긴다.
 
신의주 상인의 말에 의하면 "중국과 무역을 하고 있는 지역의 암시장을 완전하게 뒤흔들 정도가 되려면 100만 달러 이상이 흘러 들어와야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그 이하 자금은 꿈쩍도 하지 않을 만큼 암시장의 환율 기반이 튼튼하다는 의미다.

계획경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북한이지만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시장은 이미 북한 전역에 퍼져나가고 있으며 더 이상 통제조차 불가능해졌다. 이렇게 점점 커져가고 있는 시장의 주도권이 돈쟁이들에게 옮겨가고 있다.
 
국가권력은 김정은과 측근이 소유했을지 모르지만 이미 꺼져가는 불씨다. 새롭게 타오르는 '시장권력'은 돈쟁이가 쥐고 있는 것이다. 북한 내 자본주의의 바람이 돈쟁이를 타고 계속해서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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