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방 출신 탈북자 중에는 '한국'이라는 단어를 남한에 와서 처음으로 들은 사람이 있다.
2012년 말 탈북한 김윤석 씨
"한국을 아랫동네 혹은 남조선이라고만 했지 북한에 있을 때 '한국'이란 말을 들은 적이 없어요"
남한 드라마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씨는 "남한 드라마를 자주 본 건 사실이지만 아랫동네 영상이라고 했어요. 딱히 '한국 드라마'라는 말은 쓰지 않았죠"라고 밝혔다.
탈북민 김순희 씨
“저는 비교적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봤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 비해서는 훨씬 한국에 익숙해져 있었어요. 탈북 전에 할머니에게 ‘같이 한국으로 가요’라고 말씀드렸죠. 제안을 거절하시면서 할머니는 ‘이왕 갈 거면 한국이 아닌 남조선으로 가라’라고 하셨죠”
반면, 2012년 탈북한 청진 출신 박주환 씨는 지역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이나 친척들끼리는 곧 잘 '한국이 더 잘 산다더라'하는 식의 대화를 했었어요. 항구 도시들은 뱃사람을 통해 접하는 정보가 있어서 알 수 있지만 내륙 지방은 정보가 부족해서 '한국'이라는 단어를 모를 수도 있는 거죠"
이에 대해 김윤석 씨는 "사실 북한에서는 남조선이 이렇게 발전되어 있을지 상상도 못했어요. 북한이 원래 남한에 대해 비난하고 악의적인 선전을 주로 하잖아요. 드라마도 보면서 설마 저럴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죠"이라고 말했다.
2010년 탈북한 원산 출신 신호진 씨
"원산도은 비교적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어디 있는지 개념을 잘 못 잡는 사람이 많아요. 특히나 국제소년단 야영소를 가면 엄청 크게 지어놓은 세계지도 벽화가 있는데 한반도 전체가 마치 북한 땅인 것처럼 빨갛게 칠해져 있죠. 이 지도 속에서 한국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그리고 40대 이상은 세뇌 교육이 워낙 심했던 때 태어나서 더 그런 거죠"
평양 출신 탈북자 최태호 씨
"평양에서도 '한국'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진짜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통제가 집중된 평양인 만큼 알면서도 엄한 처벌이 두려워 모르는 척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가족, 친척, 친구 그 어느 누구에게도 '한국'이란 말을 들어본 적은 없어요"
결국 일부 내륙 지방 주민들은 '정말 몰라서', 평양 출신 탈북자들은 '모르는 게 도움이 돼서', 항구 도시의 사람들은 '듣는 건 있지만 헷갈려서' 한국이라는 단어를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류가 북한을 휩쓸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이라는 이름은 각인시키지 못한 채 아랫동네는 한국으로 불리지 않고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