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3일 금요일

[북한] 이야기 스물아홉, 北 아이들, 엄마 이름을 알기 전에(2014년)

북한은 부모 이름보다 수령의 이름을 먼저 가르친다. 탁아소에서 가르치는 첫 단어가 김일성, 김정일이다.
 
 
2009년 탈북한 김영순 씨는 그럴 수밖에 없는 북한의 세뇌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북한에서는 생후 2~3개월 된 아기를 탁아소에 맡기지 않으면 안 돼요. 직장에 나가든 장사를 하든 밖에 나가야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엄마들이 아이를 탁아소에 맡겨요. 북한에서는 1일 탁아소와 주 탁아소가 있어요. 주 탁아소는 월요일에 아이를 맡겼다가 토요일에 찾아갈 수 있는 곳이에요. 대체로 도 소재지나 시 구역마다 이런 주 탁아소가 있는데 젖 먹일 시간에 엄마들이 아이에게 젖을 먹이려 달려가요. 엄마에게는 그 시간이 하루 중 아이를 만날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에요.“
 
아이의 말이 트일 즈음 어느 토요일에 애기를 탁아소에서 찾아와 일요일을 함께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애가  '자구-'이라고 말하는 거예요, 다시 들어보니 '장군님' 발음이 서툴러서 '자구-'이라고 하는 거예요. 그 다음 주에는 보다 선명한 발음으로 '김일성 대원수님', '김정일 장군님'이라고 했고요. 그때는 애기가 말을 잘한다고 기뻐만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완전히 세뇌 교육을 시킨 거죠. 그 때는 북한에 있을 때인데도 내색을 하지 못했지만 서운하더라고요
 
청진에서 유치원 교양원을 했다는 탈북자 김미옥(42) 씨는 보다 생생한 북한 유아교육 실상을 전했다.
 
"북한 탁아소 보모 교육도 마찬가지지만 유치원에서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김일성, 김정일의 어린 시절을 가르치는 교양시간을 가집니다. 탁아소 젖먹이 같은 경우에는 별 수 없는데 걸음마를 떼는 시점부터는 간식을 줄 때마다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 밑에 한 줄로 세워놓고 인사하는 법을 가르쳐요충성예의부터 가르치는 거죠.
 
 
아이들에게 간식을 줄 때에도 ‘아버지 대원수님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훈련 시켜요. 유치원 시절에는 김일성, 김정일의 어린 시절, 소학교(초등학교)에 가면 김 씨 일가의 학생시절, 이렇게 북한 아이들은 김일성, 김정일의 성장역사와 함께 그 세뇌 속에서 어른이 돼요"

부모의 이름보다 수령의 이름을 먼저 알게 된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하지만 북한 주민은 북한 체제의 정치적 세뇌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한다. 일부 노년층은 지금까지도 손주가 "아버지 대원수님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면 말귀가 트였다며 기뻐하는 형편이다.  

한편, 1994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북한 내 보육시설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겨울에 난방이 안 돼서 규모가 큰 주 탁아소는 난방 문제로 문을 닫기까지 했다설사 운영 중인 탁아소나 유치원이 있다고 해도 국가공급은 전혀 없었다
 
90년대는 부모들이 탁아소의 보일러 석탄을 분담했다. 심지어 아이가 먹을 간식이나 식량까지 준비해야 했다.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북한의 보육 시설과 체계는 형편없다. 그럼에도 북한 부모들은 반드시 아이들을 탁아소나 유치원에 보내야 한다. 해당 과정을 거치지 않았을 경우 소학교(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없도록 의무교육법으로 강제성을 두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의무교육법은 끊임없는 정신교육을 통해 국가에 기여하는 인재를 강제적으로 양성하고 탈북과 같은 사회적 이탈을 막으려는 악법이다. 아이를 위한 진정성은 어디에도 없다. 세뇌 교육으로 북한 정권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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