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3일 금요일

[북한] 이야기 여든둘, 탈북민이 선호하는 자격증의 종류(2015년)

스펙의 시대다. 청소년과 대학생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스펙을 쌓기 위해 어학연수, 토익, 봉사활동을 한다. 성인도 마찬가지다. 그 중 자격증은 스펙의 정점에 있다. 기본적인 자격증부터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자격증까지, 대한민국은 지금 자격증 열풍이다.

탈북민도 마찬가지다. 남한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기 위해서 적어도 한 개 이상의 자격증을 보유해야 한다. '워드 프로세서'는 탈북민 사이에서도 '기본 자격증'으로 통한다. 어디를 가나 컴퓨터를 다뤄야 하는 남한에 정착하기 위한 필수 자격증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경험을 살리는 자격증도 있다. 중국어 자격을 나타내는 HSK. 탈북 후 상황이 여의치 않아 중국에 오래 체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중국어를 익힌다. 중국에서 숨어 지내는 기간이 길수록 생존하기 위해 중국어를 배워야만 한다.

탈북민 김미영 씨는 2011년 탈북 후 중국에 약 2년간 머물렀다.
 
"한국에 와서 제가 가진 특기가 뭘까? 라는 고민을 하다가 문득 중국어가 떠올랐어요. 2014년에 HSK 6급을 봤는데 합격했죠. 중국에 있을 때는 너무 고단하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상당 부분 도움이 돼요"

김 씨처럼 중국에 2년 이상 있었던 탈북민에게 HSK는 특기를 살려주는 자격증이다.

바리스타 자격증도 인기다. 북한에서는 커피가 귀하디귀한 음료다. 일생동안 제대로 된 커피 한 잔 마셔보는 것이 힘들다. 탈북민은 한결같이 "남한에는 정말 카페가 많다. 한 집 건너 한 집 있을 정도"라고 말한다.

북한에서 먹지 못했던 한을 풀기라도 하듯 탈북민은 바리스타 자격증을 선호 자격증으로 꼽는다. 배우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고 취업에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번 배워놓으면 평생 맛있는 커피를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사회복지사는 탈북 대학생들이 선호한다. 사회복지사는 대학 과정 중 과목 이수로 취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나이를 불문하고 학점은행제 제도를 통해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노력하는 탈북민이 많다.

2013년 탈북한 이지민 씨
 
"고난의 행군 시기 이웃들이 죽어가는 것을 봐도 도움을 주지 못해 안타까웠어요. 당시에는 내 목숨보다 귀한 것이 없던 시절이었거든요. 그만큼 먹고 살기 힘들었기 때문이죠. 이제 탈북도 했고 남한에도 왔잖아요. 풍족하게 살고 있지는 않지만 이제는 남을 도와주면서 살고 싶어요. 그렇지 않으면 고난의 행군 시기 죽어가던 사람들에게 더 없이 미안해질 것 같아요"

사회복지사는 탈북민의 경험이 녹아있다. 어려워도 도와주지 못했던 상황,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사회복지사에 관심을 갖는다.

탈북민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면 북한에서 못해본 혹은 자신의 경험을 살린 자격증을 취득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자격증 취득을 통해 남한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자 하는 바람은 모두가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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