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3일 금요일

[북한] 이야기 쉰셋, 탈북자 가족을 반기는 북한 주민(2015년)

북한 내 탈북자 색출과 처단이 강화되고 있지만 북한 주민들은 오히려 탈북자가 있는 가족을 부러움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탈북민 이주환 씨
 
"탈북자가 있는 가족은 생활이 안정적으로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어요. 남한이나 중국 등에서 임금을 받고 북한으로 보내주기 때문이죠. 실제로 탈북자 중에는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북한을 탈출한 사람도 많아요. 총대 메는 거죠"
 
"특히 남한에서 돈을 보내주는 경우에는 환율 때문에 온갖 뇌물을 줘도 돈이 남아요. 북한 가족들이 환율로 남한의 부유함을 느끼기도 하죠. 조금만 보내줘도 북한에서는 큰 돈이 되잖아요. 더욱이 뇌물을 계속 바치니까 생활적으로도 편해져요. 나중에는 오히려 감시원들이 더 북한 가족들에게 잘해주기도 해요. 주변에서는 탈북자가 있는 가족을 부러워하기도 해요
 
한편, 결혼할 때에도 탈북자 가족의 인기가 높다. 과거와 다르게 배우자 가족 중 한 명 이상의 탈북자가 있으면 오히려 결혼을 하고 싶어 한다. 생활이 안정된다는 이유에서다.
 
탈북민 오미영 씨
 
"2010년 동생이 먼저 탈북을 하고 난 후 2013년 초에 친 언니가 결혼을 했어요. 형부가 '가족 중 탈북자가 있어서 그래도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고 했어요형부의 직업은 자동차 운전수였는데 한 달 내내 일해도 한국에서 보내주는 돈이 생활에 훨씬 큰 보탬이 됐거든요. 저까지 탈북하고 동생과 함께 북한으로 돈을 보내니까 지금은 경제적인 면에서 크게 어려운 점이 없을 거예요. 다만 만나고 싶은데 못 만나는 건 마음이 아프죠
 
"남한에서는 북한에서 왔다고 하면 자유를 찾아 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남한에서도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북한에 있을 때만큼 많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요. 그렇게 돈을 모아야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주죠. 분단의 현실이 가슴 아픈 생이별을 만든 거죠. 그래도 제가 번 돈으로 가족들이 편하게 살아간다는 자부심과 보람은 있어요
 
탈북민 이영민 씨
 
"남한에는 워낙 백화점이나 동대문과 같은 대형 시장이 발달해서 가지고 싶은 게 많지만 북한에는 공식적으로 장마당 내에서 파는 것만 살 수 있으니 실제로 소유욕은 많이 없는 것 같아요. 때문에 남한에서 돈을 붙여주면 그 돈으로 충분히 만족하면서 살 수 있다는 점에서 그나마 편안함을 느끼는 거죠
 
"그래서 탈북자 가족이 있는 북한 주민을 반기는 거예요. 보안원들도 탈북자 가족을 수용소로 직접 보내지는 않아요. 꾸준히 뇌물을 주기 때문이죠. 수용소로 보내고 나면 자기에게 돌아오는 돈 줄이 끊기니까 지속적인 감시를 하면서도 실제 감옥에 보내지는 않아요
김정일 정권 때는 탈북자 가족조차 가차 없이 수용소로 보내졌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 들어서 워낙 탈북자의 수가 증가하다보니 제대로 관리하기가 힘들어졌다.
 
이 때문에 탈북자 가족을 수용소에 보내는 대신 국경지대 단속을 강화시켰다. 그럼에도 북한 체제에 회의를 느끼는 북한 주민의 탈북 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다.
 
남한에 있는 탈북자가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지속적으로 생활에 필요한 돈을 보내준다면 북한 내에서도 남한에 대한 이미지가 계속해서 개선될 것이다. 북한 정권의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점에서 북한 체제가 시험대에 올라섰다고 평가하는 것은 더 이상 지나친 비약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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