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있어 가장 힘든 시기는 출산의 10개월일 것이다. 모성본능으로 작은 일에도 예민해지고 몸은 점점 무거워 진다. 하지만 잘 견디고 나면 자신과 닮은 아이를 보며 느끼는 흐뭇함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인생에서 가장 기쁜 순간으로 변한다.
북한의 대남전략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4월 1일자에 세쌍둥이 출산에 관한 사진을 실었다. 산모는 건강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념과 국경을 넘어 출산의 기쁨은 어느 곳이나 같다.
출산의 기쁨은 같지만 출산 후의 국가 정책은 서로 다르다. 북한의 출산 과정과 출산 정책은 남한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북한은 가족법 제 6조에서 '어린이와 어머니의 이익을 특별히 보호하고 국가는 어머니가 어린이를 건전하게 양육하고 교양할 수 있는 조건을 보장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정책에 따라 여성은 월 1회의 유급 휴가를 받고 임산부의 경우 매달 1회, 출산이 가까워지면 15일 혹은 일주일마다 한 번씩 진료를 받는다. 또한 산원에서 무료 출산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고 있다. 사회주의만의 특징이다. 하지만 무상진료의 질은 보장되지 않는다.
북한은 또한 산전 60일, 산후 90일의 출산휴가 제도인 '출산유급휴가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임산부는 시간외 노동 및 야간 노동에서 제외되는 조치를 받는다.
그럼에도 북한의 출산율은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체제 수립 초기에는 부족한 노동력을 확보하고 군 병력을 유지하기 위해 인구 증가 정책을 취했던 북한이지만 사회주의 공업화로 노동력이 부족해지면서 1990년대까지 여성의 노동을 위한 출산억제 정책을 폈다. 그 결과 현재 합계출산율(여성 1명당 낳는 자녀의 수)이 2명이 채 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저 출산과 맞물려 쌍둥이를 출산할 경우 옷감이나 특별 배급품을 받는다. 세 명 이상 자녀를 출산하는 경우에는 사회과제(세외부담)를 면제해준다.
그렇다면 정책적 지원을 받는 출산의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며칠 전 야당의 비례대표 후보가 평양 원정출산이 알려지면서 크게 이슈화 된 적이 있다. 평양 내 고위층 출산 대부분 평양산원에서 이루어지는데 상위 1%만을 위한 의료체계가 잘 되어 있는 곳이다.
평양산원은 대동강구역 문수거리에 있는 여성종합병원으로 1979년 경제개혁의 일환으로 착공되어 1980년에 준공됐다.
평양산원은 13층 기본건물인 1호동(환자치료)과 2호동(관리), 3호동(제약생산) 그리고 부속건물인 4, 5, 6호동으로 나뉘어져 있다. 건물 내에는 2000여개의 병동과 치료활동을 위한 연구 사업이 배치되어 있다. 전문적인 의료 지원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평양산원 산모들은 출산 후에도 지속적인 산후조리를 받는다. 출산 후 허약해진 몸에 기운을 복 돋아 주기 위해 남한에서와 마찬가지로 각종 차를 제공해 주고 심리적 안정감을 갖도록 한다.
하지만 이러한 산원의 시스템을 받는 북한의 여성은 중상층 이상의 소득 수준을 가진 사람뿐이다. 동네 병원에서 무료진료를 받는 주민들은 출산 후 처방전을 받아도 돈이 없어 산 등지 약초를 이용해 민간요법으로 산후 조리를 한다. 때문에 후임기성 산후병을 겪고 산후 탈이 심하다.
2006년 유니세프(UNICEF)의 조사에 의하면 2세 미만의 자녀를 둔 북한의 실질적 가임 여성 중 32.4%가 영양실조고 21.1%가 45kg이하의 저체중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유산 및 사산이 늘어나는 것도 같은 이유다. 6년이 지난 현재는 영양실조와 저체중이 약 1.5배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쌍둥이를 순산한 것은 축하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은 출산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특정 계층이 출산의 기쁨을 향유하고 있을 때, 일반 주민들은 오히려 죽음의 공포를 느낀다. 허울뿐인 무료진료와 무상출산제도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일까.
평양산원은 김정숙(김일성의 부인)이 해산하다가 죽은 이 후 김일성이 임산부를 위해 마련해 준 곳이다. 북한에서는 평양산원을 두고 ‘하늘의 별이 부러워 한다’는 의미의 애기 궁전이라고 부른다. ‘하늘의 별’이란 어쩌면 주민들이 낳다 죽은 아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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