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야기 열아홉, 北 인민군 "한미연합훈련 고맙습네다"(2013년)

한미합동군사훈련인 키 리졸브가 시작되자 김정은이 핵전쟁 협박을 들고 나왔다. 이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제재와 맞물려 판이 커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 내 전쟁 위험 수위가 높아진 상태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제2전투훈련국(적 후방교란 담당 게릴라 부대) 소속 중위로 근무했다는 이기철 씨는 북한군의 전쟁동원 실태를 말하면서 실제 전쟁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북한에 있을 때 우리는 해마다 진행되는 한미연합훈련이 오히려 기다려졌어요. 전투동원태세에 따라 갱도나 전투 진지에서 며칠 밤을 새는 것은 기본이고 하루 밤에도 백리행군을 하고 쉴 때에도 신발도 벗지 못한 상태로 쪽잠을 자야했어요. 그런데도 우리는 육체적 고생보다 규정식사를 해서 너무 좋았거든요. 규정식사란 제2전투훈련국 하루 공급양인 800그램의 식사를 원칙대로 다 주는 거예요. 그릇 위로 밥이 올라올 정도죠. 고깃국도 주고 건빵도 나눠줘서 병사들이 미국이 계속 훈련하면 좋겠다고 말하는 정도였으니까 말 다했죠."

501호건설관리지도국 소속 부대에서 근무했다는 김현수 씨

 

"평시에는 건설 현장에 투입돼서 극심한 노동에 시달리거나 농사지원을 나가야 해요. 말이 군대이지 곡괭이나 삽에 더 익숙한 거죠. 그런데 전투동원태세 기간 중에는 고된 노동이 중단되고 갱도에 들어가 명령대기만 기다리면 되니까 그렇게 편할 수가 없어요. 갱도에서 며칠 밤을 보내야 하니 규정상 금지품인 술도 배낭 안에 몰래 몇 병씩 가지고 들어가죠."

 

김현수 씨는 일부 중대에서는 명령 대기시간을 틈 타 주패놀이(카드놀이)로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하지만 간혹 훈련과정을 상호 교환 감시하는 타 군단 정치위원에게 걸려 군법에 넘겨진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카드놀이의 승패에 따라 지게 되는 사람이 민가에 나가 술을 구해죠. 이 때문에 한미연합훈련동안 북한 주민에게는 새로운 골칫거리가 생기는 거죠. 군인들이 제한된 지역에서 오랫동안 머물다보니 주변 리 당위원회에서 선군지원 명목으로 농장원들에게 온갖 지원품을 요구해요. 농장원들은 군인들이 어차피 훔쳐갈 거를 아니까 자발적으로 바치죠. 대신 가축 도적질은 하지 말라고 사정하고 부탁해서 약속을 받아요“

 

"북한 군인들에게 한미연합 훈련기간은 황금기나 다름없죠. 병사들은 남쪽에서 훈련을 좀 더 오래 했으면… 하고 바라죠“

 

군인 출신 탈북자들은 자신들의 경험으로 봤을 때 키 리졸브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인민군대의 아쉬움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