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3일 금요일

[북한] 이야기 일흔셋, 北 색소폰을 금지시킨 이유(2015년)

재즈에서 색소폰은 깊은 분위기를 복 돋고 심신의 안정을 준다. 다른 악기와 잘 어울리고 독주도 가능하기 때문에 인기가 높은 편이다. 다른 악기보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악기라는 점에서도 큰 장점을 갖는다.

북한에도 색소폰이 있다. 하지만 아무나 갖지는 못한다. 북한 내 색소폰은 '부르주아 악기'로 통한다. 소리가 고급스럽다는 이유에서다색소폰은 북한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아니다.

2014년 탈북한 이유진 씨
 
"북한은 재즈풍의 소리가 나는 악기들을 '자본주의 황색바람 소리' 혹은 '비사회주의 음악'이라며 배척합니다. 색소폰도 마찬가지고요. 북한 내 음악은 소리 자체가 높고 선전에 활용할 수 있는 일정 이상의 템포를 요구해요. 하지만 색소폰은 그 반대입니다. 북한에서 공식적으로 색소폰이 허용된 곳은 왕재산음악단과 모란봉악단 뿐이다. 그 외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악기입니다"

탈북민 이명철 씨는
 
"북한에서 김정일 지시가 떨어진 적이 있었어요. 김정일은 당중앙위원회 문화예술부 간부들에게 '트럼펫을 비롯한 금관 악기들 같은 경우 매우 직선적이고 선동적이며 대중들을 고무, 격려한다. 하지만 색소폰 소리는 들으면 들을수록 혁명하고 싶을 생각이 없을 정도로 부르주아 날라리 근성이 있다. 전문 단체들에서는 색소폰을 장려하지 말고 사용해야 한다면 편곡상에서 직선적인 연주로 바꾸고 사용에 주의하라'라는 것이었죠"

"김정일은 자본주의 악기라도 주체 예술에 복종시킬 수 있으면 괜찮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북한만의 색소폰 주법이 만들어지기도 했고요. 남한에서는 색소폰을 재즈풍으로 간드러지게 불지만 북한에서는 선전선동을 할 수 있도록 크고 직선적인 소리를 내요. 이 마저도 김정일의 지시 이 후 부는 사람이 적어졌기 때문에 쉽게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아니죠"

"워낙 쉽게 들을 수 없는 소리다 보니 어디선가 색소폰 소리다 들리면 '남한식 악기가 들린다'고 말하기도 해요. 주위에 색소폰을 부는 사람이 있으면 가장 첫 질문이 '그거 불어도 괜찮냐'에요. 그만큼 자본주의 악기라는 인식이 깊게 박혀있는 것이죠. 소리는 좋은데 불다가 잡혀갈 것 마음이 더 커서 불안한 악기가 색소폰인 거죠"

북한에서는 음악 전문가들이 색소폰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70 먹은 노인도 불 수 있는 악기'라는 이유에서다. 다른 금관 악기의 경우 부는 압력 때문에 폐활량이 좋아야 하지만 색소폰은 '힘없는 할아버지도 물고 불면 소리가 나는 악기'로 평가받는 다는 것이다. 북한 음악계에서도 인정하지 않는 악기이기 때문에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더 적어진다.

북한은 사람의 발언도 조심해야 하지만 악기의 소리도 조심해야 한다. 악기에도 사상이 녹아드는 것이다. 색소폰은 재즈풍의 소리가 난다는 이유만으로 북한에서 배척되고 있다. 하지만 왕재산음악단이나 모란봉에서 연주되는 것을 보면 김 씨 일가는 자신들의 취미로는 충분히 즐기는 중이다. 언행불일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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