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3일 금요일

[북한] 이야기 일흔아홉, 세 부류로 갈라지는 북한 주민(2015년)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북한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심이 날이 갈수록 약해졌다. 그러면서 새롭게 '장마당 세대'가 등장했고 탈북 또한 급격하게 늘었다. 이와 반대로 북한의 권력층과 부유층은 김 씨 일가에 기생하기 바빴다.
 
북한 내 주민들의 특징이 세 부류로 갈라지게 된 것도 고난의 행군 이 후 부터다. 일부 사람들은 장마당 세대 즉 시장을 만들어가면서 '개척파'로 성장했고 북한 구조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은 국경을 넘으면서 '탈북파'가 됐다. 반면 마지막까지 북한 정권과의 유착관계에 의지한 사람들은 '순종파'로 불렸다.
 
'개척파'는 말 그대로 북한의 구조적인 문제를 알면서도 그 체제 안에서 생존을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밀수가 대표적인 개척파에 속하는데 이들은 북한 정권이 비법(불법)으로 정하고 있는 것을 어기면서까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일부 밀수로 성공한 사람은 부유층보다 더 많은 부를 가지게 됐고 이런 사람들을 일컬어 북한에서는 '돈주'라고 부른다. 돈주들은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사채를 빌려주면서 시장의 영향력을 확대시킨다.
 
개척파 중 일부는 중국과 연계해 북한 내부 소식을 밖으로 알려주는 역할도 한다. 이러한 북한의 소식통들은 국경지대에 위치해 있으면서 그들만의 내부 연락망을 가지고 있다. 북한의 사회, 문화적 변화를 외부에 돈을 주고 판다. 이런 소식통들은 대개 북한 체제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영국 텔레그래프가 보도한 북한 공개 재판 영상 또한 내부 소식통에 의한 자료였다.
 
한편, 탈북파는 북한 내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을 일컫는다. 고난의 행군 당시 많은 사람들이 아사 했고 그 이후부터 북한 주민들은 국가보다 '개인, 가족, '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중국과의 교류를 통해 돈, 즉 자본주의를 경험한 북한 주민들은 북한 체제의 실패를 인정했다. 90년대 말부터 탈북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탈북파 중 일부는 중국에 숨어 지내면서 노동을 하고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돈을 보낸다. 실제로 북한 내 탈북자 가족에게 송금한 돈이 북한 시장화에 큰 역할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 내 탈북자들은 항상 '북송의 위험을 안고 산다. 2000년 대 북한이 북송처벌을 강화하면서 남한으로 입국하는 탈북민이 늘었다.
 
탈북파는 남한에서 '북한 실상 알리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덕분에 북한 혹은 탈북민과 관련된 TV프로그램이 늘어났고 북한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남한과 북한의 심리적 거리를 좁혔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에는 '순종파'가 있다. 권력층과 일부 평양 부유층들의 '그들만의 세계'를 빗댄 은어다. 순종파는 북한 정권이 지금과 같이 유지되길 바란다. 기득권을 놓고 싶지 않아서다.
 
정권 순종파는 평양에 국한되는 이야기라고 탈북자들이 입을 모은다. 정권 순종파는 북한 체제와 김 씨 일가에 기생하면서 북한 일반 주민보다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한다.
 
90년대를 거치면서 북한에는 '개척파', '탈북파', '정권 순종파'로 나뉘게 됐다. 분열이 시작된 것이다. 탈북민들은 북한은 이제 '평양과 지방'으로 나뉜다고 말한다. 탈북민의 분류에 따르면 개척파와 탈북파는 지방에서 활동하거나 국경지대를 통하는 지방 사람이고 정권 순종파는 평양 내 권력층이라는 것이다.
 
2014년 탈북한 오지헌 씨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여러 미디어가 중국을 통해 유입되고 남한 드라마의 영향으로 주민들이 스스로 북한 체제에 대해 자각할 수 있게 됐어요. 심지어 최근에는 평양에 적개심을 갖기도 하죠. 반면, 평양 사람들은 지방 사람들과 심리적 거리를 두고 가까이 하지 않으려 해요. 물과 기름처럼요. 단순한 빈부 격차로 생각할 수 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내부 균열이죠
 
특히 시장이 그런 균열을 확산시키는데 일조하죠. 자본주의를 경험하면서 북한 주민들이 '평양 사람들은 왜 우리보다 더 많이 소유 하는가'라는 의문을 던지고 있는 거죠. 결국 말 그대로 '개척파와 탈북파 대 정권 순종파'의 싸움이 될 수밖에 없어요"
 
북한 내에서 갈라진 세 부류의 주민 특징은 결국 북한의 실패한 체제를 고스란히 비춰주는 거울이 되고 있다. 다만, 그 안에 비친 북한 체제의 민낯을 북한 정권만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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