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너무 많다. 특히 정치적인 발언이나 장군에 대한 모욕을 할 경우 바로 정치범 수용소로 감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북한에도 ‘장군’을 마음껏 외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장기판이다. 장기를 둘 때만큼은 장군에 대한 반말을 마음껏 할 수 있다. 보위부가 근처에 있다가 ‘장군아~’란 말에 눈에 불을 켜며 달려와도 장기를 두고 있으면 체포하지 못한다. 일반 주민의 유일한 면죄부다.
최근 ‘장군아~’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고난의 행군, 화폐개혁의 실패, 3대 세습 등 비상식적인 북한의 행태에 불만을 품은 북한 주민들이 자신들의 답답한 심정을 장기판에 옮겨놓고 있는 것이다.
탈북민 김경희 씨
“장기를 둘 때 주위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할 때가 언제인지 아세요? 졸(卒)만으로 왕을 포위했을 때에요. 졸로 왕을 둘러싼 후에 '장군이 졸에 포위됐다'라고 하면 다들 웃어요. 현실 비판인 걸 아는 거죠. 원래는 굉장히 조심해야 하는 발언이지만 장기에서 만큼은 부분적으로나마 감정을 밖으로 드러낼 수 있어서 좋아요"
“장기를 둘 때 주위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할 때가 언제인지 아세요? 졸(卒)만으로 왕을 포위했을 때에요. 졸로 왕을 둘러싼 후에 '장군이 졸에 포위됐다'라고 하면 다들 웃어요. 현실 비판인 걸 아는 거죠. 원래는 굉장히 조심해야 하는 발언이지만 장기에서 만큼은 부분적으로나마 감정을 밖으로 드러낼 수 있어서 좋아요"
북한에서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장기를 배우는 사람도 적지 않다. 특히 젊은 층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하다. KEDO 출신의 남한연구원 또한 이러한 근거에 힘을 싣는다.
"북한에 연구원으로 갔을 때 우연히 한 대학생과 장기를 둘 기회가 있었는데요, 굉장히 수준급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어요. 언제 장기를 배웠냐고 물어보니 어릴 적부터 친구들과 어울리며 배웠다고 했어요. 그의 말 중에 특이했던 것이 요즘 북한에서 자라는 젊은 사람들은 비교적 생각이 깨어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발언에 대한 제약이 너무 심하니까 답답해서 장기를 배웠다는 거예요. "
탈북민 오재석 씨
"북한에서 장기를 둘 때 '장군아~'라고만 말하지 않아요. 평소 정치범으로 몰리기 싫어서 말을 아끼고 있어도 장기를 둘 때는 비속어를 동원하기도 해요. 가령 '차에 포위되었구나, 장군아! 꼴좋네 이 새끼!!' 같은 거죠“
장기에서 왕은 9칸 이상을 넘어가지 못한다. 지정된 곳에서만 움직이고 사(士)에 의해서 보호받는다. 김정은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몇 사람에 의지해 보호를 받으며 자기만의 테두리 안에서 나오지 못한다. 북한 주민이 보기에 장기판과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북한에서 장기는 이미 놀이를 넘어선 듯하다. 이제는 그들의 답답함을 풀어줄 유일한 감정의 출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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