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3일 금요일

[북한] 이야기 온, 北 회식에서 지켜야 할 매너(2016년)

 
 
북한의 직장인은 회식을 의미하는 '음식 자리'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매너가 있다.

20159월 탈북한 민정민(41)
 
"북한에서는 여러 명이 모여 음식 자리를 열 때 음식에만 집중하면 놀림을 받아요. 많은 양을 먹으려고 빨리 빨리 먹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눈총을 받고요. 이런 사람들에게는 '게걸투사'라는 수식어가 붙죠. 그렇게 한 번 낙인찍히고 나면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기 힘들어져요"

"반면에 음식 자리에서 음식을 남기거나 적게 먹는 사람은 사람들의 호감을 사요.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집안 형편이 좋거나 경제적 여건이 좋죠. 남한에 와서 조금씩 먹으면 '깨작깨작 먹는다'라며 좋아하지 않는데 북한은 반대로 그렇게 먹어야 호감을 사는 거죠"

때문에 일부 사람은 음식 자리에 가기 전에 몰래 배를 채우는 경우도 있다. 이성의 호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특히 직장에서 전 직장인이 모이는 음식 잔치를 할 때는 더 그렇다.
 
탈북민 이철민 씨
 
"직장에서 음식 잔치를 하면 작업반장이 반원들을 모아놓고 교육을 해요. '음식을 먹을 때 다른 작업반원들의 시선이 있으니 품위를 유지하라'는 거죠. '양적으로 먹지 말고 속도를 줄이라'를 거듭 강조해요"

"직장에서 조직하는 음식 잔치는 대부분 작업반을 평가하는 시험장의 역할이 강해요. 일종의 이미지 관리인 셈이죠. 일례로 음식을 권할 때 그대로 받아먹는 사람을 '없어 보인다'고 생각해요. 사양하면 '예의 있다'고 평가 받죠"

이 씨는 이 같은 문화는 오래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고난의 행군을 경험한 이 후에 생겨났다고 강조했다.

탈북민 김지영 씨
 
"고난의 행군을 경험한 사람들이 지금의 직장인이죠. 당시에는 내 목숨을 건지기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음식을 양보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하던 때였잖아요. 같은 직장을 다니던 사람이 쓰러져 죽었다는 소리가 들려오고 서로 도움을 주기는커녕 동네에서도 도둑질이 흔했죠. 그러니 북한 직장의 음식 잔치에서 사람을 평가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거죠"

"고난의 행군 때보다 사는 게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루 끼니를 마음 놓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지금 북한 주민들한테 가장 민감한 것이 쌀 가격이잖아요. 직장에서 음식 잔치를 할 때 참는다는 것이 곧 그 사람의 인성을 의미하는 이유에요. 모두가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양이 아닐 때 다른 사람을 위해 배려하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죠"

북한 체제가 실패하면서 음식을 통해 사람을 평가하게 됐다. 북한 주민이 음식 앞에서 지켜야 할 매너는 역설적이게도 '배고픔'인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