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야기 쉰아홉, 이젠 평양이 "공화국의 감옥"이 됐다(2015년)

북한을 흔히 '평양공화국'이라고 부른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모두 평양에 집중되어 있다는 이유에서다. 평양은 예로부터 주민들 사이에서 ‘살고 싶은 곳’으로 인식되어 왔다. 더욱이 고난의 행군 이전에는 평양은 ‘모든 것이 가장 완벽한 곳’으로 통했다.

 

하지만 평양의 명성은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 시장의 혜택이 평양보다 상대적으로 통제가 덜한 지방에 집중되면서 평양은 충성만을 강요하는 "정치의 수도"가 됐다는 것이다.  

평성 출신 탈북민 김미영 씨

 

"평양에 있으면 다른 지역보다 행사에도 더 많이 참여해야 하고 통제도 심해 돈을 적게 벌어요. 이제 평양에 살만한 이유가 없죠. 최근에는 오히려 중국과 장사를 할 수 있는 국경지대를 선호해요“

 

“평양 주민 또한 북-중 국경 연선에 가고 싶어 해요. 특히 신의주가 인기가 높죠. 북한의 모든 시장 가격은 신의주가 기준이거든요. 나진-선봉 지구는 북한 내 개방 지역이어서 간부들이 배치 받고 싶어 하죠. 수입원이 확실한 곳을 선호하는 거예요”

 

김 씨는 혁명의 수도가 오히려 삶의 족쇄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평양 외 지역에서는 장마당이나 국경지역에 접근하기가 수월한 반면, 평양은 외부에 연고가 없으면 지역 밖으로 나가기가 쉽지 않다. ‘평양 공화국’이 ‘공화국의 감옥’이 됐다.

회령 출신 탈북민 오지홍 씨

 

"북한의 신흥 부자로 떠오르는 사람들은 거의 국경지대에 살고 있어요. 국경지대는 평양과의 거리가 멀어 지방 간부들을 잘 매수하면 정권의 통제가 무의미해지거든요. 평양에서 장사를 해서 돈을 벌게 되면 당의 감시를 받고 언젠가는 몰수당할 위험이 있지만 국경지대 같은 경우에는 중국으로 넘어가면 그만이잖아요. 기회가 열려 있는 곳이죠"

평양은 주민들이 원한다고 들어갈 수 있는 지역은 아니지만 그 인기가 시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북한 내부에 변화의 조짐이 있다는 증거다. 이제 평양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중 '정치'만이 남았다. 나머지 부분은 전부 국경지대로 옮겨가고 있다. 앞으로 '평양공화국'이란 말보다도 '지방공화국'이 북한에 더 어울릴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