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3일 금요일

[북한] 이야기 마흔일곱, 북한 주민이 절대로 가질 수 없는 것(2015년)

2013년 탈북한 박진수 씨를 만났다. 그에게 명함을 건넸더니 특별한 반응을 보였다. “이게 명함이라는 것입니까?” 그는 북한에는 개인이 명함을 가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북한에는 명함이 없다.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라는 선전 문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한의 개인 정체성은 오직 수령하나뿐이다.
 
2008년 탈북한 고위층 출신 장 씨
 
"북한에서는 명함 대신 신분증을 사용합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신을 증명할 때 당원증을 꺼내 보이죠. 그 외 따로 명함을 제작하지는 않습니다. 우상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죠"

명함에는 직장명과 직위가 표기된다. 오직 수령만을 중시하는 북한 사회에서 개인의 직장과 직위는 '말로 전해도 충분한 것'으로 간주된다.
 
2011년 탈북한 김정화 씨
 
“'명함'이라는 단어는 오직 김일성 선물로 받은 시계에만 해당되는 말이에요. 북한에서는 김일성 이름이 적힌 시계를 명함 시계라고 부르거든요


"명함이라는 것 자체가 북한에서는 '김 씨 일가의 이름'이라는 뜻이에요. 남한에 와서 보니 많은 사람들이 명함을 서로 주고받는데 처음에는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에요

그러면서 남한 정착 당시 있었던 일화를 전했다. 취업 후 명함을 만드는데 전화번호를 적는 것이 영 탐탁지 않았다고 했다.

김 씨는 "비밀스러운 북한에서 살다가 자유로운 남한에 왔는데 갑자기 전화번호를 적으라고 하니 왠지 꺼림칙하고 내 모든 걸 상대방이 알게 되는 것 같은 기분도 들어서 굉장히 싫었어요라고 말했다.
 
 
그 후 이야기
 
4년이 지난 지금, 김정화 씨는 이제는 다른 사람을 만나면 자신 있게 명함을 내민다.
 
"남한에 와서야 비로소 나를 소개할 수 있는 명함이 있어 행복합니다. 저 우리 남한 사회에 잘 적응해가고 있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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