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야기 예순다섯, 북한 수용소에는 '레밍'이 있다(2015년)

레밍은 북유럽에 서식하는 설치류(쥐)다. 집단 자살로 유명하다. 레밍은 서식지를 찾아 옮겨 다니는데 낭떠러지를 만나면 그대로 떨어져 죽음을 맞이한다. '비이성적인 본능'의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인용된다.

 

북한 수용소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비사회주의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정치범 수용소에 갇혔던 이민혁 씨의 증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씨는 "수용소 보위원들은 수감자가 죽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요. 오히려 수감자가 겪는 고통을 즐기는 보위원들이 더 많죠. 그들은 스스로 양심이 있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기기도 해요"라고 운을 띄웠다.

 

이어 "큰 나무 하나에 쇠줄을 감아 각각 다른 수감자의 발을 묶어요. 이 후 몇 km 씩 뛰게 해요. 이 후 음식을 주지 않아요. 보위원들은 낭떠러지 끝에 옥수수떡을 걸어놓고 '먼저 입에 가져가는 사람만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말해요. 그러면 너나 할 거 없이 배고픔에 눈이 멀어 뛰기 시작하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씨는 "먼저 도착해서 옥수수떡을 입에 물어도 그 다음이 문제에요. 뒤에서 계속 밀치고 오다보니 그 중 한 명이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죠. 그러면 같이 발이 묶인 수감자들도 그 밑으로 떨어져버리고 말죠. 낭떠러지의 높이가 높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연이어 떨어져서 압사 당하기도 하고 통나무에 찍혀 죽기도 해요"라고 덧붙였다.

 

이 씨와 함께 탈북한 김진연 씨

 

"보위부원들은 그런 광경을 보면서 자기들끼리 재밌다며 구경거리로 삼아요. 인간도 아니죠.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지거나 굴러서 부상을 당해도 제대로 된 치료 한 번 해주지 않아요. 지금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이 굉장한 이슈가 되어가는 추세인데 알려진 북한 인권 실상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해요"

 

"상상도 못 할 일들이 2015년인 지금도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어요. 떠밀리고 떠밀려서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걸 보위부나 수감자 모두 알고 있어요. 하지만 너무 굶주리다 보니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전에 몸이 앞으로 나가요.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죠. 사람이 배고픔에 눈이 멀면 그 상황에서는 단순히 옥수수떡 밖에 보이지 않거든요. 본능을 이용해 비이성적인 행동을 시키고 그것을 관찰하는 것이 사람이 할 짓인지. 북한은 미쳐가고 있어요"

 

북한 내 수용소는 죽음마저도 보위원들의 '재미있는 놀이'가 된다. 수감자들 스스로 옥수수떡이 먹고 싶어 앞으로 달려가지만 이는 암묵적 살인이다. 행여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져서 목숨을 부지했다 하더라도 보위원들은 '살인미수죄‘다. 사소한 이유로 수용소에 갇힌 수감자보다 오히려 그들을 관리하는 보위원의 죄명이 더 많은 곳이 북한 수용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