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3일 금요일

[북한] 이야기 마흔하나, 北 시장 안에서도 빈부의 격차가 나타난다(2015년)

 
북한에서는 2003년 제정된 종합시장 관리운영규정에 따라 상인들이 시장에서 시장사용료와 소득에 따른 납부금을 내기만 하면 합법적으로 장사할 권리를 얻는다. 흔히 말하는 '자릿값'이다. 개인들은 자리이용권을 합법적으로 획득하기 위해 공설시장 관리소에 등록비를 낸다.
 
최근 시장을 증축하면서 자리가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턱없이 비싼 자릿값 때문에 북한 상인들이 곤욕을 치루고 있다. 북한 당국은 시장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지역차원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때문에 자릿값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추세다.
 
초기에는 자릿값이 매장별로 달랐다. 공업품 매대는 남새 매대 보다 더 많은 돈을 냈고 단가가 높은 상품 순서대로 자릿값이 정해졌다. 일부 상인들은 남새 매대 이용권을 불법으로 거래해서 몰래 공업품을 팔기도 했다.
 
시장은 입구와 가까운 지점을 초입이라 하고 이어 중간, 끝자리로 나뉜다. 초임의 자릿값이 가장 비싸며 끝으로 갈수록 줄어든다. 장마당 이용자의 집중력과 구매력이 가장 큰 초입은 끝자리에 비해 10배 이상 비싸다.
 
탈북민 이진철 씨
 
"시장마다 다르지만 초입 매대의 매출을 보면 확실히 더 많이 벌어요. 단가가 높은 물품을 파는 상인들은 웃돈을 더 주더라도 초입을 선호하죠. 판매를 통해 그보다 더 큰 이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이 때문에 시장 안에서도 빈부의 격차가 나타난다. 초입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돈이 돈을 번다'고 말할 정도로 크게 성장한다. 초입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면 결국 '달리기 상인'이나 '메뚜기 상인'이 된다.
 
달리기 상인은 물건을 직접 가지고 다니면서 판매하는 상인을 뜻하고 메뚜기 상인은 시장 주변이나 동네 근처에서 매대를 펼쳐 놨다가 단속이 나오면 급하게 정리하는 상인이다.
 
탈북민 고민정 씨
 
"북한 당국에서 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직접적으로 장세가 들어오자 종합시장을 늘려가는 추세에요. 최근에는 가장 수요가 많은 역 주변에 종합시장을 만들어 자릿세를 내지 않은 시장 외 상인을 단속하고 있어요. 결국 북한 정권에서 인정한 시장에서 자릿값을 내고 장사하게 만들려는 속셈이에요. 더불어 시장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죠
 
지역 간부들 또한 시장에서 뇌물을 받아 특혜를 판다. 그러다보니 간부들과 결탁해 성장하는 상인이 늘어나고 있다.
 
고 씨는 "시장이 활성화되는 건 사실이지만 확대 해석은 금물입니다. 시장 내에서 성장하는 상인들이 있는 것은 맞아요. 그러나 지역 간부들은 시장이 성장할수록 더 큰 뇌물을 요구하죠. 주민이 돈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을 억제하고 자본의 축적을 막기 위한 조치에요"라고 설명했다.
 
북한 정권은 시장의 수를 늘리면서도 지속적인 성장은 견제하고 있다. 북한의 양면 정책을 시장에도 적용시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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